호소미 하루오미 – 꽃 적시기

무인양품은 1980년 처음 설립되었고, 1983년 처음으로 도쿄 아오야마에 매장을 내었다. 매장을 내면서 무인양품 측은 매장에 사용할 배경음악을 제작하기로 하고, 호소미 하루오미에게 의뢰를 맞긴다. 호소미 하루오미는 잘 알려져 있듯 YMO의 멤버였고, 비록 사카모토 류이치에게 가려져 있지만 일본 음악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혹은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 음악”이라는 장르가 일본의 호황기를 상징하도록 만들어준 대표적인 뮤지션의 목록을 만들어 본다면 그는 위쪽에 자리잡는다. 어찌되었든 그는 음악을 만들었고, 그 결과물을 음반으로 내놓았다1. 여기까지만 들으면 브라이언 이노의 전설적인 순간, 1978년에 나왔던 Ambient 1: Music for Airports 가 연상될 것이다. 실제로 아래 영상 후반부에 포함된, “실제 무인양품의 배경음악”은 브라이언 이노를 떠올리게 만든다. 花に水 라는, 영어로는 Watering the Flowers, 한글로는 꽃 적시기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음반 제목은 그러나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브라이언 이노가 에릭 사티에서부터 내려온 “공간에 종속되는” 음악의 계보를 잇고 있다면, 이 음반의 음악은 듣는 이를 잡아끌어 자신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방식으로써 앰비언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두 수록곡, Talking: 당신과 이런저런 이야기Growth: 도시의 나고 자람에 대해는 지속적인 말렛 사운드(아마도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음향으로 표현하는 것일 테다)를 기반으로 느리게 흐름을 만들어 나간다. 이 흐름은 집요하고, 어떻게 보면 선불교적인 직관으로 가득하다.

여담: 음반은 카세트북이라는 특이한 형태로 발매되었다. 카세트가 당시에 컴퓨터 저장장치로도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착안해, 테이프 안에 여러 가지 디지털 정보를 함께 수록한 형태이다. 그 이후 어떠한 물리 매체로도 발매된 적 없는 음반이며, 인터넷에 떠도는 음원은 이 카세트 테이프를 리핑한 것이다.

참고: 위키의 링크.


  1. 실제로 무인양품에서 사용한 배경음악은 음반에 들어있지 않다. 다만 무인양품에서 내놓은 배경음악 컴필레이션 음반에 해당 곡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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