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5

//
앙드레 바쟁의 <영화란 무엇인가?>를 결국 (임시로)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여러 가지 요인들 때문이다. 우선은 나의 몹쓸 독서습관이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집중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고, 퇴근을 늦게 하다보니 평일에는 책을 읽을 여유가 많이 나지 않는다. 주말에 몰아서 책을 읽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매주 가능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앙드레 바쟁의 이 기념비적인 책은, 역자가 투덜거렸듯 문체도 난해한 데다가(나는 원문을 보지 못해 잘 모른다. 역자가 그랬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매우 어렵고 길다. 간신히 1부를 끝내고, 2부 첫 글인 «비 순수 영화를 위하여 – 각색의 옹호»의 분량을 보고 질려서 그만두기로 했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시도할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다다음주 도쿄 출장갈 때일 수도 있고, 크리스마스 전후일 수도 있고, 혹은 현재 하고 있는 번역이 끝난 다음일 수도 있다. 언제가 되었든 우선은, <시민 케인>을 보고 난 다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틈틈히 Swift를 배워보고 있다. Apple이 제공하는 Swift playground 어플은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도구이긴 하지만, 글쎄, 초반부만 잠깐 해본 입장에서는 무언가 이상하다. 너무 허술하다고 해야 할까.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초를 알려주려 하는 건지, Swift라는 언어의 개념을 설명하려고 하는 건지 잘 감이 잡히지 않는다. “게임”이라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일까? 이런 종류의 서비스 중에 가장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Duolingo인데, 게임과 교육 간의 밸런스를 교묘하게 잘 잡았기 때문이다(물론 진도가 나가는 방식에는 불만이 많다). 그에 비하면 이 어플은 게임으로써도, 교육용으로써도 애매하다.

Swift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는 iOS용 org-mode 클라이언트를 만들어보고 싶다 – 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Org-mode는 매우 훌륭한 마크업이고, 활용 가능성이 깊다. 다만 모바일 세계에서 완벽히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Lightweight markup 언어의 최고봉은 Markdown일 것인데, 마크다운의 단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현재는 Editorial을 사용하여 작성하고 있지만, Emacs에서 제공하는 경험의 반도 안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어플을 개발하려면 Swift가 문제가 아니라 iOS API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일종의 핑계에 불과하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