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 레디 플레이어 원 | 2018

사실상 [레디 플레이어 원]의 줄거리는 다소 통속적이다. 21세기 중반부의 디스토피아는 사람들이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에 몰두하도록 만든다. 그 세계를 진심으로 즐기고 추종하던 퍼시발은 게임의 창시자인 홀리데이의 세 가지 열쇠를 찾으려고 홀로 애쓴다. 그 열쇠는 ‘오아시스’의 핵심으로 가는 길이자 게임 속 세계 그 자체다. 자연스레 열쇠를 손에 넣기 위해 수많은 세력들이 달려든다. 그 중 가장 큰 (아마도 악에 속하는) 이들은 IOI라 불리는 기업이다. 열쇠에 다가가는 힌트는 홀리데이의 삶 그 자체다.

영화는 맹렬하게 과거에 대한 오마주를 구현하기 위해 달려간다. 사실상 영화의 목표는 오로지 그것에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상현실을 다루었던 이전의 다른 영화들과 달리 [레디 플레이어 원]은 완벽하게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낸다1. 그렇게 만들어낸 세계 속에 영화는 현실의 아이콘들을 거리낌없이 풀어놓는다. 아마도 이 방대한 오마주들 – 아이언 자이언트, 아타리, 샤이닝, 건담, 백투더 퓨처, 처키, 아키라, 터미네이터, 킹콩, 고지라, 배트맨, 트레이서 등등 – 을 늘어놓을 수 있는, 그러니까 이 프로젝트를 정말로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은 스필버그뿐일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2045년의 그 암울한 세계를 재현하는 데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대신 스필버그 특유의(혹은 [백 투더 퓨쳐] 특유의) 밝고 낙관적인 세계를 (영화 속) 현실에 그려낸다.

한 가지 맴도는 질문: 이 영화가, 앞으로의 SF 영화가 취해야 할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혹은 그래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레디 플레이어 원]은, 과거의 유산을 한데 모아 가장 완벽하게 빚어내는, 그래서 더 이상 이러한 시도를 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SF영화는 다른 방향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1.  [아바타]도 결국은 ‘현실의 가상’에 대한 영화라는 점에서 오히려 이 영화와 대척점에 있다. 게다가 3D로 관람하도록 의도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현실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