青梅竹馬

C20
青梅竹馬
한글제목 타이베이 스토리
青梅竹馬.jpg
단편 아니오
감독 에드워드 양
배우 허우 샤오시엔, 채금
국가 대만
연도 1985
태그 도시,사랑,방황

감상

날짜 2017-05-17
평점 3 / 5


왓챠

대만이란, 빛이 어둠을 압도하는 공간(혹은 대만은 사진이나 영상이 그 빛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에서 영화는 등장인물들을 그 빛에 압도시킨다. 요컨대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남자와 여자가 어둠을 두고 다투는 씬일 것이다.

회지

카메라를 들고 일본에 가서 사진을 찍었을 때, 정말 사진이 잘 찍힌다, 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다른 나라나 도시에서 사진이 잘 안 나온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진을 찍는 것이 빛을 기록하는 작업이라면, 일본에서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담겨진 빛과 색은 꽉 차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것은 처음 도쿄에 갔을 때 시부야에서 찍은 것이었다. 왜 유독 일본에서 잘 찍히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나름대로 추측한 것은, 거의 모든 카메라나 이미지 센서를 만드는 곳이 일본이므로 그들이 설계할 때 일본의 풍경에 맞추어 설계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아닐 것이다. 단지 느낌이다.

나중에 대만에 갔을 때에 일본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사진이 잘 붙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 가설"을 이어가면, 대만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다. 아직도 많은 대만인들은 일본어를 할 줄 알고, 그들의 많은 문화는 일본적이다. 그러므로 사진도 일본에서 찍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찍히는 게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워보았다. 일본과 다른 점은, 대만에서 사진이 "잘 찍힌다"라고 했을 때 그 주체는 빛이 아니라 어둠이었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빛이 드리워서, 그 한편으로 그림자가 지게 될 때, 사진은 그 빛과 그늘의 경계를 예쁘게 담아냈다(고 느꼈다). 그래서 대만에서 밤에 찍은 사진은, 다른 야경이 아름다운, 휘황찬란한 도시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에드워드 양의 '타이페이 스토리'는 아친과 아룽의 이야기다. 둘은 소꿉친구다. 둘은 오랫동안 사귀었지만 결혼까지는 가지 않았다. 아친은 회사에서 일하고 아룽은 소규모로 원단장사를 하고 있다. 아친은 고리타분한 아버지와 집안 분위기가 싫어 혼자 나와살고, 회사 동료인 유부남과 불륜관계를 맺는다. 아룽은 이 분위기에 최대한 어울리려 하고, 귀찮은 일에 계속 말려든다. 둘 사이의 관계는 긴장감없는 소강상태로 계속 가라앉아 있다. 둘은 어떻게 이 관계를 풀어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한다. 혹은 그들을 둘러싼 사건과 분위기는 그 답을 찾을 겨를을 주지 않는다. 결국 둘은 파국을 맞이하고 도시를 떠돌다가 다시 마주친다.

영화의 첫 장면은 아친과 아룽이 빈 집을 돌아보며 가구를 어떻게 놓을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등도 달지 않은 집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그리 어둡지 않다. 아친이 이 집에 이사할 때에, 아룽은 미국에서 친척들을 만나고 있을 것이다. 아룽이 미국에서 타이페이로 돌아올 무렵, 아친이 다니던 회사는 다른 곳으로 팔려나가고 그는 직장을 그만둔다. 여기서부터 정말로 영화가 시작된다. 타이페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은 실내에서 이루어진다. 아친은 거의 자기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아룽은 차를 타거나, 가게에 있거나, 지하 가라오케에서 밤을 샌다. 그리고 그 모든 장소들은 어둡지 않다. 영화를 찍을 때 부득이하게 어두컴컴한 장소가 배경이 된다면, 조명을 비추어 인물만은 좀 더 밝게 보이도록 한다. 그러나 영화 속 실내는 내부 조명이든, 어디선가 빛이 새어 들어오든, 그냥 어둡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혹은 어두워야 하는 순간에서도 빛은 그 어두움을 방해한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인물들은 그리 많은 말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 가끔씩 이루어지는 대화는 어딘가 핵심에서 벗어나 주변을 겉돈다는 느낌을 준다. 정확히는 대화를 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아친은 아룽에게 말한다. "미국에 다녀온 이야기를 왜 해주지 않는 거야?" 아룽은 아친에게 말한다.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어?" 그들은 타이페이를 벗어나 미국에 이민을 가려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돈은 마련되지 않고 주변인은 끊임없이 발목을 잡고 그들에게 책임을 지려 한다. 아친이 폭주족인 여동생과 함께 어울려 도시를 떠도는 시퀀스에서, 그들은 폐건물에서 술판을 벌인다. 아친은 옥상에 올라가 밖을 내다본다. 왁자지껄한 술판과 대비되어야 할 조용한 옥상의 풍경에서, 거대한 (후지필름) 네온사인은 끊임없이 번쩍인다. 그는 곧 등을 돌린다. 그들이 도망치려는 대상은 타이페이란 공간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빛'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인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둘은 불꺼진 아친의 집을 배경으로 대화를 나눈다. 두 시간짜리 영화에서 유일하게 빛으로부터 어둠으로 도망칠 수 있었던 순간에서, 둘은 서로의 의견이 합쳐질 수 없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마지막 장면은 아룽이 옛 직장의 상사의 오퍼를 받고 빈 사무실을 둘러보는 모습을 담는다. 첫 장면의 집과 달리 어둠이 드러워진 공간. 이 곳은 그의 도피처가 될 수 있을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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