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serhead

C20
Eraserhead
한글제목 이레이저헤드
Eraserhead.jpg
단편 아니오
감독 David Lynch
배우 Jack Nance
국가 미국
연도 1977
태그 흑백,실험,노이즈

감상

날짜 2017-11-15
평점 4 / 5


영화는 유혹적이다. 가장 큰 유혹은 이 영화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이다. 아마도, 길을 잃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시도하는 도피처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이야기를 찾아내기란 쉽지가 않다. 혹은 불가능하다. 영화는 (줄거리를 정말 간단하게 줄이면) 괴상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괴상한 집에 사는 (전직) 인쇄공 헨리가, 메리와 섹스를 통해서 얻은 기괴한 생물을 보살피는 것을 못 이겨하는 이야기다. 이 이상의 플롯을 이야기하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어떠한 인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정신분석은 그 중 일부에 불과하다. 예컨대 기괴한 여성, 거세, 임신과 출산의 공포, 전염 등등 우리는 그 어떤 기준으로도 그에 부합할 만한 상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모든 시도가 완전히 불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의미가 있는 시간의 소비일까?

영화의 첫 장면은 옆으로 누운 헨리가 우주(같은) 풍경과 겹쳐서 클로즈업된 화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어떤 혹성이 나타나고, 그 혹성 안 어느 동굴에서 레버를 당기는 여드름투성이 남자가 등장한다. 헨리의 입에서는 거대한 벌레가 나오고(혹은 이 벌레의 층위가 겹쳐진 두 화면 중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영화는 애매하게 처리한다), 레버를 당기자 그 벌레는 흰 연못 아래로 떨어진다. 문제는, 이 층위들의 경계를 영화는 의도적으로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퀀스에 등장하는 층위는 헨리 / 우주 / 동굴 속 남자 / 벌레와 연못 네 종류다. 우리는 우주가 헨리의 정신을 반영한다고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그리고 비록 층위를 나누긴 했지만 동굴 속 남자와 벌레와 연못은 크게 묶었을 때에는 우주에 속한다. 그런데 헨리의 정신을 묘사한 이 세 층위들이, 실제 헨리의 층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의 여부는 설명되지 않는다. 예컨대 이것이 그의 실제 경험인지, 그가 갖고 있는 공포인지, 아니면 그냥 환상인지는 알 방법이 없다. 쇼트와 쇼트의 경계에서 어떤 식으로든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면 영화는 어두운 공간을 빠져나와 빛을 향한다. 그리고 헨리는 불안하게 뒤를 돌아보고 있다가, 앞으로 뛰어나간다. 이 장면의 헨리와, 오프닝 시퀀스의 헨리는 어떠한 관계도 없다. 그러나 영화는 헨리가 우주를 빠져나가 새로운 곳에 도착한 것처럼 편집해 놓았다. 무언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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