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urnal, 2021, wk39 ## 2021-10-01 긴 글을 써본 적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을 쓰기 위한 플랫폼 - 플랫폼이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플랫폼은 결국 거쳐가기 위한 어떤 임시적인 공간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출판되기 직전의 글이 잠시 머무르는 시점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일기 같은, 글이 다른 독자에게 읽히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종류의 글은 플랫폼이라는 용어가 완벽하게 그 컨셉에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나-플랫폼-나의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미래에 나 외에 다른 독자가 이 글을 읽을 것이라는 것을 상정한다면 완전히 이상한 용어라고만 볼 수는 없다 - 에 잠시 머물러, 글을 쓰는 행위에만 집중해 본적이 없음을, 직장에서 어떤 글을 쓰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글도 체력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타고난 피지컬이 있고, 그 피지컬을 넘어서는 퍼포먼스를 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러나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단련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처음 주어졌던 피지컬도 낡아 삐걱거리게 된다. 글을 쓰는 것은 고난과 같은 작업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좋은 글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바라는 혹은 읽었던 글의 눈높이와 실제 결과물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 무언가 주제를 잡고 진득하게 글을 쓰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나는, 매일매일 꾸준하게 번역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보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요새 들어 느끼고 있다. 번역은 결국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원본 텍스트를 입안에서 오물오물 씹어서 가공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다. 번역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자체도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 내 생각 속에 있던 것을 끄집어내 어떠한 텍스트의 형태로 구현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