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2-03 1년이 지났으므로, 육아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기록해 놓기로 했다. -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우며 스트레스 많이 받는 부분은 수면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아기의 수면 패턴과 부모의 수면 패턴이 같을 리가 없으며,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의 패턴을 맞춰준다고/아이의 패턴을 교정한다고 생각하지만(일단 이 단계에서 일차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이 또한 자신이 원하는 패턴을 갖지 못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게다가 아무리 노력해도 (현재 시점에서) 기질이 예민한 아이는 소위 통잠이 잘 되지 않는다. 자기 아이는 쉽게 잔다고 말하는 부모도 물론 있지만(수면교육이 원하는 대로 안되는 부모는 이런 글에 또 한번 알게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그런 부모도 어느 시점에서는 아이의 갑자기 달라진 기질에 고통받는 시기를 겪게 된다. 당연하게도 고통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뾰족한 방법은 없는 것 같고, 최대한 아이의 패턴에 맞춰주되 조금씩 (부모에게) 건전한 방향으로 틀어주는 것이 최선인 듯 하다. - 식사교육도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잘먹는 아이는 잘 먹고 못 먹는 아이는 무슨 노력을 해도 특정 음식을 안 먹는 경우가 있다. 사실 어른도 이렇기 때문에 아이를 지나치게 탓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 같고, 삶아주든 티도 안나게 잘게 갈아주든 게임 보스 공략하든 여러 방식으로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다(그나마 수면교육에 비하면, 식사교육은 ‘게임‘이란 이름을 붙일 정도는 여유가 있다). 알레르기에 대응하는 것도 문제인데, 당연히 안 생길거라 생각했던 음식에서 알레르기가 확 돋아나는 경우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기때에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고, 반응이 나타나는 음식에 놀래서 먹이지 않는 것보다는, 심각하지 않다면 조금씩 시도해가며 역치값을 낮춰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결국 아기의 본성은 타고난 부분이 있으며, 그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쌍방이 피곤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이가. 엇나가게 되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명백히 사회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행동은 교정할 필요가 있다. 이 ’판단’이라는 것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부모-자식간의 갈등이 발생하며 금쪽이 같은 프로그램이 성행하는 것일 테다. 개인적으로는 가족의 바운더리와 사회의 바운더리가 다르다는 부분을 학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쪽이다. 이제 갓 돌 지난 아기가 어떻게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행동적으로/반사적으로 의식하고 밖이라는 공간을 이해할 수만 있어도 어느정도는 성공한 교육일 것이다. -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내재된 타임라인과 사회에서 합의된 타임라인이 다르다면, 법적으로 강제된 게 아닌 이상 사회의 기준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아이에게 이롭지 않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소위 ‘국민육아템’이라고 블로그 카페 등에서 떠돌아다니는 거의 모든 물품은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육아용품은 부모의 불안함과 공포심을 건드리는 대신 불필요한 사치스러운 재료를 사용해 지나치게 비싼 값을 받아먹는다(이는 비과학적이고 괴이한 오디오 커뮤니티의 상술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아기들에게 추천한다는 거의 모든 장난감들은 시끄러운 소리를 삑삑대거나 LED 불빛을 현란하게 번쩍이거나 방바닥을 어지러이 돌아다닌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자극적이며, 아기가 스스로 판단하여 반응하는 과정을 억제한다. 아이들에게 어쩔 수 없이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그러나 나는, 아직까지는, 말그대로 부모의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도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자기만족 또는 안일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이런 물건들은 최대한 늦게, 적어도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주체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시점부터 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바운더리를 인식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가족의 바운더리가 굳건함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 거의 대부분의 경우 아이에게서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모습은 부모의 본성을 변주한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당신이 아이의 행동에 화를 내는 이유는 당신이나 당신의 배우자가 그런 성격을 갖고 있거나 그런 행동을 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 혹은 아이의 행동을 보며 나 자신의 본성을 생각해 보는 것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