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キュア **스포 주의**: 2023년에 이 [[wiki:cinema:キュア|영화]]를, 1997년에 만들어져 이미 여러 비슷한 테마를 다룬 영화들, 예컨대 (한국 영화만 예를 들어도) 곡성이나 기생충의 규범과 지침이 되어 준 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몇 가지 생각나는 점만 나열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첫째, 영화는 표면적으로 타카베와 마미야 간의 대결로 요약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영화 속의 세계가 (처음부터) 어긋나 있기 때문에 모든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퇴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영화다. 그런데 그저 화면에서 사라져 다시 등장하지 않으면 끝나는 영화와 달리, 우리가 살아있는 세계는 살아있는 한 계속 존재해야 하는 세계다. 영화는 첫 번째 씬에서 푸른 수염의 결말을 통해 '죽음'만이 결말이며, 이 세계에서 퇴장(당)하는 유일한 방법 또한 이것임을 암시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누군가는 죽임당함으로써(그리고 가슴에 X자가 그어짐으로써) 세계에서 내보내지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죽임으로써(그리고 가슴에 X자를 그음으로써) 세계로부터 격리당한다. 요컨대 영화가 말하는 세계는 관객인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동일한 규칙을 따르며, 우리는 영화가 만들어낸 어긋난 세계를 우리의 현실로서 받아들여야만 하는가에 관한 공포에 휩싸인다. 둘째, 이 어긋난 세계에서 퇴장당하지 않는 것은 타카베와 (결말 직전까지의) 마미야 뿐이며, 그들이 퇴장당하지 않는 이유는 이 세계의 어긋남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규칙이 무엇인지 이미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마미야의 행적은 결국 등장인물들에게 자신이 알아낸 '규칙'을 소개하고 설득하는, 일종의 선지자가 보여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타카베 역시 마미야와의 대화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아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세계에서 퇴장할 수 없음을 인정하지만, 그의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에서 퇴장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둘의 대조를 보여주는 씬은 경찰들과의 공개 면담 자리에서 마미야가 다른 경찰들을 동요시키는 장면이다. 타카베는 외형만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공간 - 자리가 대칭으로 빈자리 없이 채워진 평범한 세미나실 - 에 사람들을 모아 마미야를 전시하며, 이 공간은 마미야의 규칙에 대한 '설득'을 실패로 만들어낸다. 혹은 마미야가 병원에서 탈출하기 위해 라디에이터를 의자로 반복적으로 내려치고, 병실 문을 열어준 형사를 X자로 그어 죽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는 지금까지 그가 설득하던 '규칙' - 죽음 또는 죽임은 이 세계에서 퇴장하는 방법이다 - 에 의해 (타카베가 죽이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영화 속 세계에서 퇴장당할 것이 필연적으로 예정된 상태가 된다. 만일 그렇다면, (규칙에 따라) 마미야를 죽인 인물, 즉 타카베 또한 영화에서 퇴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타카베는 마미야의 가슴을 X자로 긋는 대신 그저 총으로 쏴 죽여버렸고, 마미야가 손으로 X자를 긋는 중간에 총알을 박아 막아버렸다. 만일 이 영화를 타카베와 마미야의 대결로 이해하려 한다면, 이 쇼트가 영화에서 유일하게 둘 간의 대결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셋째, 이 영화를 코로나나 옴진리교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완전히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다. 영화는 일종의 우화에 불과하며, 계속해서 주제를 바꿔가며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