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info | |
---|---|
status | Approved |
책은 문학 분야의 전업 번역가인 저자가 프랑스 아를에 있는, 번역가를 위한 공동체적 공간인 콜레주에 거주하며 만난 사람들과 사건들을 정리한 책이다. 콜레주에는 다양한 국가와 언어의 사람들이 찾아들며, 프랑스어(와 영어)가 그들을 이어준다. 저자는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을 소개하지만, 그보다 책의 주제는 그들을 통해서 고찰하는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실제로 제목인 ‘사라지는 번역자들’은 콜레주에 찾아든 사람들의 행방과 무관하며, 오히려 책 서두에 소개했던, 조르주 무냉이 언급한 ‘번역가의 역할’에 관한 논의와 연관이 있다. 즉 번역자는 출발어 텍스트를 도착어 텍스트로 옮기는 과정에서 두 가지 결과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 ‘유리가 있다는 것을 즉각 알 수 있는 직역’(채색 유리) 2) ‘유리가 없다고 착각할 정도로 완전히 투명해진 의역’(투명 유리) 이 두 선택지의 공통점은 번역가가 ‘유리’, 즉 텍스트의 본질적 의미를 투영하는 역할에서 멈추고 독자 앞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번역가의 위치에 서기 위한 텍스트로의 도전, 그리고 이 번역이란 작업을 (부업이 아닌) 전업으로 삼기 위한 실존적인 도전. 전자는 사라지기 위한 도전이며, 후자는 사라지지 않기 위한 도전이다. 저자는 콜레주의 번역가들을 전면에 세워놓고, 이 두 종류의 도전을 마주하는 이들에 대한 고뇌를 끊임없이 되뇌인다. 저자의 관찰대로 양자를 모두 이겨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부업으로 번역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길만이 유일한 해답일까? 4/5.
Backli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