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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이 책은 유전자란 존재와 이것이 생물에게(혹은 사람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다룬다. 지금 읽어보면 자명하게 보여 놓치기 쉽지만, 책의 서술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1) 동물/인간은 A라는 행동을 보인다; 2) 이 행동은 B라는 이유/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3)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이유는 유전자가 갖는 C라는 속성 때문이다. 이 논리의 문제점은 저자의 주장의 핵심이 (최소한 텍스트 자체만으로는) 검증될 수 없는 ‘해석’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즉 어떤 직관적 통찰을 얻는 데에는 도움을 주지만 그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걸림돌이 된다. 아무래도 이는 책이 대중을 상대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기 때문일 것이나, 소위 교양서라도 최소한의 학술적 논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용 면에서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개념은 크게 세 가지다. 1) 생물은 유전자라는 자기복제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2) 그러나 생물은 유전자에 대해 수동적 위치에 있지 않다. 3) 인간의 문화도 유전자와 유사한 형태로 복제/전파된다(밈). 이 중 밈이란 개념이 인터넷 시대에 이르고 나서 더 많은 유명세를 얻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밈이라는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낸 개념은 인터넷이 우리들 삶에 깊이 침투한 뒤에서야 우리에게 가시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밈이 전파 및 진화하는 속도가 인터넷 등장 이후 드라마틱하게 빨라졌다면, 즉 일종의 가속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밈이 퍼져나가는 과정을 유전자의 메커니즘에 빗대는 것은 다소 비유가 맞지 않는다. 유전자는 자신을 운반하는 생물에게 영향을 끼쳐 그 운반 속도를 변동시키는 반면, 밈의 문화적 컨텐츠가 진화하는 것과 인터넷의 발전은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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