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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텍스트
date2026/05/04
rating★★★★☆

레슨

소설은 롤런드란 이름의 남성의 삶의 궤적을 다룬다. 롤런드는 기숙학교에 보내져 생활하던 중 피아노 선생의 유혹에 의해 깊은 관계에 이르고, 파국 끝에 결국 학교를 나와 의도치 않은 삶을 살게 된다. 그를 스쳐간 모든 인물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며, 그들이 그를 스쳐간 이유는 그와 계속 함께하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 못하리란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당연하게도 이는 그의 탓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느리게 그들이 스쳐감에 의해 발생했던 갈등을 풀어나가고,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어떻게 보면 롤런드의 결정들과 행동들은 일반적인 독자, 특히 픽션이라는 정제되고 극적인 세계 속에 자신이 들어간다는 자각을 품고 책을 여는 독자들에게 설득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소설은 롤런드가 살아간 시대와 공간의 현실을 곁들여 병치하고, 때로는 그 연관성을 암시한다. 전처와 롤런드가 재회한 곳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바로 그 순간의 베를린이었다. 그의 (전) 동료이자 경쟁자는 브렉시트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로나는 (많은 독자들도 그러했겠지만) 그의 인생 후반부의 여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대한 흐름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는 착시). 우리는 그의 삶에 대해 의심을 품다가, 인정하다가, 이윽고는 설득당하는 과정을 체험한다.

예컨대 롤런드는 전처의 실종을 다루던 경찰이 (자신의 집에서 수집한 자료로부터) 과거 피아노 선생의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되었음을 전해듣는다. 한편 그는 자신의 이부형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다음 그는 피아노 선생의 소재를 찾고 그를 찾아간다. 두 번의 소식과 한 번의 행동. 이 사건들 간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존재하지만, 소설은 마치 이것들이 어떤 귀결로 느껴지게끔 서술한다. 혹은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롤런드는 자기 자신의 삶을 다룬 소설 속에서 관찰하는 자와 관찰되는 자의 중간 위치에 놓인다. 그리고 소설과 롤런드는 그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 살아간다. 이 소설에서 우리가 감동을 받게 된다면 바로 이 삶의 자세를 응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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