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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일본 열도가 그 지각활동 때문에 급격히 지진과 화산폭발, 해일을 거듭하며 마침내 침몰하는 과정을 냉정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묵시-재난물을 전개할 때에 고려해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그 아이디어를 진행시킴에 있어서 최대한 현실적이고 실제에 비길 수 있는 묘사가 필요하다. 둘째, 재난의 객체(사람들)이 겪는 시간의 스케일과 재난의 주체(자연)이 진행하는 시간의 스케일이 다름을 인지하고, 그 차이를 혼동시켜서는 안된다. 요컨대 사람들이 재난에 대처하는 타임라인이 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재난 자체의 타임라인은 지수함수 형태로 전개된다. 이 교차되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파국(또는 간신히 파국을 면한 비극)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다. 소설은 이 두 가지 면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치밀하게 이야기를 짜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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