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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텍스트
기록일2023/11/18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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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Archéologie du cinéma et mémoire du siècle
한글제목영화의 고고학 : 20세기의 기억
표지archeologie_du_cinema_et_memoire_du_siecle.jpeg
작가jean-luc_godard, youssef_ishaghpour
출간년도2000
출판사이모션북스
ISBN9791187878100

Archéologie du cinéma et mémoire du siècle

리뷰

장 뤽 고다르는 결국 영화라는 매체가 어떻게 다른 매체 혹은 예술형식과 구별되는가, 혹은 구별되기 위해 어떻게 분투했는가를 평생에 걸쳐 주장하고자 했던 인물이며, 그가 (78년부터 구상하기 시작해) 80년대 후반부터 98년에 걸치는 긴 시간동안 만들어낸 영화사(들)은 그 시도를 온전한 결과물로 이루어낸 작품이다. 그가 영화 자체에 대해 이야기한 영화는 사실상 이 작품이 마지막이다1). 영화를 마무리한 후 고다르는 유세프 이샤그푸르를 지명해 이 영화에 대한 대담을 진행했다. 책은 그 결과물이다.

책은 이샤그푸르가 영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그를 방어하는 (아마도 적지 않은 독자들이 기대했을) 형식보다는, 오히려 영화사(들)을 부연하고 그 내용을 영상이 없는 텍스트로 재현하기 위한 주석서에 더 가깝다. 영화사(들)의 오디오 트랙만 따로 떼어서 ECM에서 음반을 내놓은 것과 유사한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나, 그 결은 다소 다르다. 영화사(들)이 영화를 통해 영화를 이야기하는, 사실상 다른 어떤 매체도 실현이 불가능한 시도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가 이미지 + 텍스트 + 시간-움직임이라는 세 종류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다르는 저 '움직임'에 음악 혹은 사운드를 포함시키지 않고, 역사적 흐름에서 사운드가 영화에 침투한 것을 비판한다. 영화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중첩, 나열, 변용만으로 성립할 수 있다. 혹은 영화가 문학 앞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미지가 가져다 주는 무한한 은유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ECM 음반이 '격리'에 대한 것이라면, 책은 '분기'에 더 가까운 시도이다.

책은 영화만큼은 아니나 역시 읽기 까다롭다. 고다르는 대담에서 많은 텍스트와 영화를 인용하며, 결국 히치콕과 그 전후 시대의 영화를 기준점으로 삼아 깊은 사유를 전개한다. 아마도 그가 자신의 영화에 거창하게 '역사'란 이름을 붙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시공간에서 발표된 모든 영화를 다 보지 못했기 때문에, 역사가들이 그렇듯 자신들이 접한 1차 사료만 가지고 어떤 역사적 서사와 세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Backlinks


1)
다만 이 4부작 '영화'는 사실 TV로 방영되기 위한 형식과 연출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더 이상 고다르는 전통적인 영화관에 자신의 작품이 걸리는 순간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D 영화로 만든 언어와의 작별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