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네 명의 남녀가 이루는 관계를 다룬다. 남자 필리프, 그의 아내 앙리에트, 처형 엘리안, 아들 로베르1). 첫 장에서 필리프는 센느 강에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린다. 혹은 휘말리지 않는다(이 편이 더 정확하다). 사건에 휘말릴 것인지의 여부는 그 시점에서 필리프 자신이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선택하지 않았고, 그 결정이 소설 전체를 지배하며 팽창해간다. 독자는 그 거대한 팽창을 목도해야 한다.
앙리에트는 필리프를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곧 후회한다. 그들의 결혼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들 로베르와 필리프의 재산이다. 멀어진 앙리에트를 대신해 (노처녀) 엘리안이 필리프를 흠모한다. 애초에 둘의 결혼을 지지한 이유는 그들의 관계 속에 파고들어 안주하기 위함이었으나, 그 균열이 커지자 그는 앙리에트의 위치를 대체하려 시도한다. 그들이 품고 있는 생각은 그러나 후반까지 서로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갈등은 사실 거의 끝까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일방의 생각과 방황이 텍스트를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다. 대신 그들은 스스로 그들 간의 관계의 탑을 무너뜨린다. 그러나 심지어, 소설이 끝나는 시점에서도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어떤 폐허의 풍경을 서로에게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으레 사람들의 관계가 파국에 이르는 서사는 이를 서로가 고백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결론을 내리는 서사가 들어간다. 소설은 그러한 과정을 배제한다. 드러나지만 실재하지 않는 갈등.
대신 세 인물이 공통적으로 바라보는 존재는 필리프의 아들 로베르다. 그는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존재하지 않는) 갈등을 숨기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도리어 그 갈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라며, 이는 역설적으로 파국을 막아주는 역할을한다. 필리프는 마지막 순간에 로베르와 함께 온 센느 강에서 혼자 자살을 꿈꾼다. 그러나 실행하지는 못한다. 왜냐면 그는 처음부터 밤의 센느 강에서 선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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