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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아르헨티나에서 우연히 기름을 뒤집어써 죽을 예정에 있었던 펭귄과 마주한 필자가 함께 살아가는 경험과 그 추억을 다룬다. 사실 내용의 대부분은 펭귄이 아닌 필자의 주관을 그려내고 있고, 펭귄은 그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거나 그의 심리를 정당화하는 도구로써 사용된다. 펭귄이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라는 명목으로 상당 부분마다 들어가는 '마음의 소리'가 그 대표적인 장치다. 이 이야기의 진정한 감동은(혹은 많은 독자들이 감동적이었다고 이야기하는 지점은) 펭귄이 처음에는 필자를 적대하다가 나중에는 이를 멈추고 그저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는 부분임을 생각해 본다면 이 책의 전개는 다소 이상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대하는 보편적인 자세 또한 이러한 접근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즉 나와 다른 종인 누군가를 나의 집 안에 들여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이동을 제약하고(사실상 2023년에 '반려동물'이라 불리는 개체 중 자유롭게 집 밖으로 오갈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것은 거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주인이 원하는 형상으로 자라나도록 강요하는 대신 '사랑'을 주는 이 관계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장치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 찾아내고 공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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