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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류의 역사에서 모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따라가며 그 흐름을 개괄하고 있다. 크게 모기가 유발한 질병은 황열병과 말라리아가 있으며, 인류가 근대에 들어 그 기작을 알아낼 때까지 모기는 정체를 들키지 않고 인류를 몰살해 왔다. 원인이 알려진 뒤에는 DDT가 말라리아 근절에 큰 역할을 했으나, 금새 내성을 가진 모기와 말라리아가 나타났으며, 아직도 인류는 그들과 싸우고 있다 - 라는 것이 책의 주된 플롯이다.
이 책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저자가 과학자나 과학사를 전공한 것이 아닌, 역사학 분야를 공부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모기가 왜 말라리아를 옮기고, 어떤 습성을 가지고, 내성이 어떻게 발현되고, DDT가 왜 말라리아를 없앨 수 있었는지 - 등의 과학적인 내용은 매우 부실하다. 단지 모기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를 건조하게 병기하고 있을 뿐이다. 둘째, 제목과는 달리 책은 인류의 역사에 모기의 역할을 '얹어서' 설명할 뿐이다. 분명히 인류(를 바라보는 인류의 관점)의 역사는 선형으로 흘러갈 것임에 반면, 모기(를 바라보는 인류의 관점)의 역사는 다소 지수함수적인 스케일로 서술되어야 마땅하다. 모기가 인류에게 그 정체를 드러낸 것은 (책에 따르면) 남북전쟁 시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전의 내용도, 모기가 인류에게 영향을 끼친 것을 인류가 자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볼 때, 모기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책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신 매우 지루하게, '인류는 몰랐지만 모기 때문에 말라리아로 사람들이 죽으면서 역사가 바뀌었다'란 이야기만 반복할 뿐이다. 그리고 이 내용을 다루는 분량이 전체의 3/4나 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흥미로울 뻔한 주제를 극도로 흥미가 유발되지 않는 방식으로 서술해서, 두께만 두껍고 전혀 독자의 주의를 이끌어내지 않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비슷한 방식의 책과 비교해 봤을 때에도, 이 책을 읽기 위해 굳이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전혀 없다.
기원전 776년 그리스에서 시작된 고대 올림픽은 화평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레슬링, 복싱,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달리기, 승마, 판크라티온 등 전쟁터의 운동 및 군사기술을 모방하여 만든 것이다. 이 중 '모든 힘'이라는 뜻의 판크라티온은 깨물기와 눈 찌르기만을 금지하는 종합격투기(UFC)의 전신이기도 하다. - pp. 94-95
커피는 플랜테이션 농장에 접근하기 쉬운 아메리카에서 그 값이 저렴했을 뿐만 아니라 말라리아의 치료제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했다. 앞서 살펴보았듯, 당시 말라리아는 남부 감영ㅁ 지역을 비롯한 전 식민지에 배어 있었다. 정식 의사들부터 가짜 약을 파는 행상인들까지 모두가 ‘학질과 열병’을 치료하는 묘약이라며 커피를 판매했다. 오래지 않아 커피는 아메리카 식민지 문화의 일부가 되었으며, 그 소비량은 극적으로 증가했다. … 오늘날 미국인의 커피 소비량이 전 세계 소비량의 25퍼센트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스타벅스는 모기에게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 할 듯하다. “말라리아는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을 일으켰던 민족이 오늘날 라떼의 나라가 된 경위 또한 설명해준다.” 알렉스 페리(Alex Perry)가 *생명(Lifeblood)*에서 한 말이다. — pp. 394
1972년 미국의 DDT 금지 조치는 환경주의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카슨의 글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르게는 1947년부터 이론적으로 제기된 DDT 내성 모기가 1956년 실제로 확인되면서 DDT가 무용해진 데서 비롯됐다.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말했듯, “진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지만 누구든 진실을 알려는 이가 있다면 말하건대, 자연은 쉽게 틀에 가둘 수 없으며 지금도 곤충들은 우리의 화학 공격을 피할 방법을 찾고 있다.” 모기들은 종에 따라 2년에서 20년, 평균 7년 만에 DDT 내성을 얻었다. 1960년대에 이르자 전세계에 DDT 내성 모기들이 가득했으며, 그 모기들이 품은 말라리아 기생충 또한 더는 우리가 가진 최고의 약물로 막을 수 없었다. - pp.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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