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_wk13

2021_04_03

김영하의 퀴즈쇼를 읽었다. 김영하의 자의식을 20대란 주제로 투영한 – 연세대, 신촌, 룸펜 – 지금 시점에서 다시 읽어보면 다소 우스운 소설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주제(혹은 자신이 잘 안다고 착각하는 주제)에 대해, 우화 이상의 어떠한 구체성을 부여하여 글을 쓰려고 하는 과도한 도전을 시도할 때가 있다. 그 시도는 언제나 대단하며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결과물이 항상 동일한 취급을 받아야 하냐면 그렇지는 않다. 20대 룸펜이 부유한 여자친구를 만나고, 자신의 유일한 ‘스펙’을 찾아주는 ‘회사’로 들어가지만 그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한 채 무일푼으로 쫓겨나고, 결국 룸펜으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직업을 찾는 이야기는, 오히려 20대가 아닌 보편성을 띄는 서사에 가깝다. ‘회사’에 20대만 있는 것이 아니듯. 그러나 굳이 작가 자신이 ‘PC통신 세대’로 자라온 자신을 떠올리며 그 모습에 ’20대에 대한 보편성’을 부여하려고 하는 순간 이야기는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본인이 겪지 못했던 혹은 겪고 싶지 않았던 ’20대 연희동 룸펜’의 자아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설은 당혹해 하며 애써 얼버무린다. 그리고 ‘꿈같다’는 핑계로 그 얼버무림을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비윤리적인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이다. 요컨대 그 대목 이후, 소설은 어느 성공한 꼰대의 ‘라떼’ 썰, 혹은 이창동의 버닝 등 20대를 다룬 많은 예술이 그렇듯 20대를 농락하고 무시하는 어른들의 또 하나의 실패작임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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