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밀함 [[wiki:person:hamaguchi_ryusuke|하마구치 류스케]]의 이 [[wiki:cinema:親密さ|영화]]는 두 부분 혹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인터미션이라는 물리적 가름을 기준으로 한다면 전자, 단순히 의미적인 차원에서로는 후자가 적절할 것이다. 즉 1) 레이코-료헤이 커플이 사람들을 모아 '친밀함'이란 이름의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 ( 2) 실제 연극 공연 영상, 3) 공연 후 2년 뒤 커플간에 일어난 일 )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 감독은 영화라는 연출된 매체 안에서 연극을 소재로 하되, 완성된 공연과 그 준비 과정 간의 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한다. [[wiki:cinema:drive_my_car|드라이브 마이 카]]가 연극을 준비하는 시간에 깊이 중점을 두었다면, 영화는 연극 공연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커플은 내적인/외적인 일들로 고군분투하며 연극을 준비한다. 혹은 그들의 갈등 중 대부분은 그들의 성격과 그들 내부적인 갈등과 외부적인 사건 - 연평도 포격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전쟁의 공포 - 이 연극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표출된다. 1번 파트에서 한반도의 북한 도발이 더 이상 제3자의 이야기가 아니게 된[^1] 밋키가 다른 인물과 대판 싸우고 배를 타고 떠나버리자, 레이코가 료헤이의 대타 참여를 전제로 극본을 수정하고, 격분한 료헤이가 그를 공격한 뒤 떠나버리고, 새벽에 둘이 재회에 길을 걸으며 대화하는 마지막 시퀀스는 파트 2에서 연극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강하게 암시한다. 파트 1에서 실제로 연극을 연습하는 장면은 거의 나타나지 않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연극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혹은 어떻게 연출될 것인지 최소한의 정보만을 획득한 채로 인터미션을 보내야 한다. 연극은 여섯명의 남녀가 연애와 가족관계와 시를 소재로 얽혀가며 고민하는 과정을 다루는데, 파트 1과 2의 러닝타임이 비슷하다는 점은 영화가 관객으로 하여금 연극 자체를 통해 역으로 연극을 연출한 커플의 내면을 짐작해 보라고 유도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영화를 앞에 두고 근본적인 질문 - 왜 우리가 4시간에 육박하는 이 영화 앞에 앉아서 영화를 보아야 하는가? - 을 던져야 한다. 물론 영화는 최선을 다했지만, 여전히 나는 이 영화를 훨씬 더 짧게 줄일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1]: 사실 한국의 관객으로서 이 부분의 설정은 다소 작위적이며, 영화가 그를 퇴장시키기 위한 분명한 목적으로 '만들어낸' 장치라는 것이 명확하게 인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