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하다는 착각 [[wiki:text:the_tyranny_of_merit|책]]은 20세기 전반부에서부터 점점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기 시작한 능력주의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다. 책 전반부의 내용 - 미국 정치가 당에 무관하게 능력주의를 받아들였고, 심지어 민주당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트럼프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 은 능력주의가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어떤 측면인지 설명한다. 물론 이는 달리 해석하면, (능력주의가 공정하다고 전제했을 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불평등이 필연적이며, 이에 대항할 사상적 무기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서둘러 능력주의의 기원과 그 반론, 그리고 대안을 제시한다.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내용은 아이비리그 대학 신입생을 추첨으로 뽑자는 '결론'이지만, 이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탄탄하다. 요컨대 (대학에서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최상의 학생을 뽑자는 아이디어는 처음 그것이 등장한 맥락으로 놓고 보면 (계급의 대물림을 막는다는 취지에서는) 타당했으나, SAT로 대변되는 시험 기반 선발 방식은 결함이 많을 뿐더러, 논리적으로도 완벽하지 못하다. 개인의 능력이 공정하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일견 정당하나, 어떤 능력이 다른 능력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갖는 사회의 필연적 특성에서 이 원칙은 공동체의 관점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져야 한다. 대학 입시가 능력주의에 가려진 사회의 현실을 더 잘 반영하고 싶다면, 학생을 뽑는 방식 역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저자의 대안(스스로 '스케치'라고 명명한)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책은 전반적으로 문제를 드러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깊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