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 책에 실린 일련의 글들은 윌리엄스란 연쇄 - 정확히는 연속적인 두 건의 - 일가족 ‘몰살‘ 사건을 주된 소재로 해서, 살인이라는 행위의 예술적 특성, 다시 말해 어떤 살인이 다른 살인보다 (결과물이라는 측면에서) 더 좋고 더 나쁜지를 판단할 수 있음을 강변한다. 또는 호소한다. 혹은 선동한다. 책에 실린 글의 화자가 모두 편지나 강연처럼 가상으로 설정한 독자나 철중에게 직접 ’말하는’ 형태를 띄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심지어 옮긴이의 말 역시 (책의 저자가 의도한 바는 아니겠으나) 유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요컨대 살인이라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맺음 중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이어지는(그리고 곧바로 끊어지는) 행위를 에술의 범주로 들이려면, 그 행위의 우열을 판단하는 확고한 기준을 가진 평자들이 존재하고 있으야 한다. 어떤 대상을 평론하는 행위가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 라는 명제를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이 책은 결국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책은 흥미를 보이는 모든 독자에게 다가가 곧바로 그들에게 어떤 사랑을 호소한다. 우리가 이 책에서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