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절멸 작전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상물 중 가장 앞에 위치하면서, 그 뒤에 이루어질 여러 시도들의 기준점을 제시한 작품이다. 혹은 결국 유대인 수용소를 소재로 했을 때, 시간과 공간의 어떤 경로를 따르든 결국 영화는 카메라를 들고 수용소 바깥을 맴돌다 수용소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 안의 참상을 직접적인 방식이든 간접적인 방식이든 고발하게 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하며 우리들을 도발한다. 우리는 이 영화를 극복할 수 있을까? 혹은 영화에서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교차편집 속에서, 우리가 수용소 바깥의 무언가를 이 영화를 통해 연상해내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면, 사회는 어떻게 진보해야 하는가? 좀 더 노골적으로: 만일 이 극복을 '진보'라고 부른다면, 영화는 영원히 세상이 진보하지 않는 것을 꿈꾸어야 하는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