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연습곡/임윤찬

최근에 폴리니의 음반과 비교해 봤을 때, 상대적으로 음반이 조금 어두운 톤으로 믹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정반대의 해석 - 폴리니의 음반이 통상적인 쇼팽 연습곡 녹음보다 밝은 톤으로 믹싱되었다 - 도 가능할 것이다. 현존하는 쇼팽 연습곡 음반의 과반을 들어보지 않는 이상 어느 해석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두 해석 모두, 연주자의 성향을 생각하면 납득 가능하다. 이지적이고 기계적인 기교를 추구하는 폴리니와, 마찬가지로 진지하나 침잠하는 이미지(커버는 녹턴 음반이라고 해도 수긍 가능할 수준의 디자인이다)를 갖는 임윤찬. 해석이 맞다고 가능할 때 궁금해지는 점은: 이러한 믹싱을 결정한 것이 엔지니어일까, 아니면 연주자 자신일까? 물론 제3의 해석도 가능하다 - 21세기 클래식 음반 녹음 및 믹싱의 수준이 20세기에 비해 열화되었고, 그 결과 믹싱이 어둡고 먹먹하게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이 가설이야 말로 검증 불가능하다. 그러나 머리속에 멤도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임윤찬의 등장이란 결국 클래식 음악 연주에 있어서 기술적인 완성도를 떠나 어떤 음악외적 서사를 환기시키는 인물이 21세기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