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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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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이름 퀴즈쇼
한글제목
표지 김영하 퀴즈쇼.jpg
형식
저자 김영하
출간연도 2007
태그 젊음, 인텔리, 방황


퀴즈쇼
분류 텍스트
날짜 2021-04-03
평점 2


김영하의 이 소설은, 어떤 20대 룸펜의 자아를 세워놓고 그의 환상에 가까운 행적을 쫓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중산층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었지만, 보호자인 할머니가 죽으면서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쫓겨난다. 고시원을 전전하며 그가 도피처로 삼은 것은 인터넷 퀴즈방이었다[1]. 그곳에서 주인공은 부유한 여자친구를 만난다. 자기가 꿈꾸기에는 너무 먼 어떤 층위의, 인터넷 퀴즈방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던 상대방. 그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그는 여전히 반쯤 의도적이고 반쯤 불가피한 무기력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혹은 그의 실존적인 고민을 여자친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그는 자신의 유일한 ‘스펙’인 퀴즈풀이를 알아주는 ‘회사’로, 세속과 단절되어 들어간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그는 적응하지 못하고, 룸펜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기 거부한다. 결국 그는 무일푼으로 쫓겨나고, 으레 그렇듯 소설은 그에게 룸펜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직업을 선사한다.

비록 김영하가 이 소설을 (2007년 당시의) 20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집필했다고는 하지만, 그 서사 자체는 굳이 20대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보편성을 띄고 있다. 약간의 세부가 달라질 뿐, 연희동을 멤도는 이 인물을 30대나 40대, 혹은 50대로 바꿔도 보호자의 쉘터에서 쫓겨난 그 룸펜은 고시원에서 인터넷을 통해 구원을 얻고자 시도하다 실패하고, 결국 세계가 그를 구원해주기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혹은 주인공이 몸을 맡긴 ‘회사’에는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인물이 있었고, 그가 그곳에서 쫓겨난 것은 그가 20대여서가 아니라, 그가 동료들과 갖게 된 관계의 어긋남 때문이었다. 김영하라는 자아가 빚어낸 세계, 인터넷 퀴즈방과 ‘회사’라는, 모든 인물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 이야기는 지나치게 쉬워진다. 그리고 김영하가 주인공에게 ‘20대 연희동 룸펜’이라는 자아를 부여하고, 본인이 겪지 못했던 혹은 겪고 싶지 않았던 세계 밖의 일을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되는 순간 독자로서의 자리는 다소 우스워진다. 그 화룡정점을 찍는, ‘꿈같다’는 주인공의 핑계에 가까운 독백.

2021년에 이 책을 읽는 경험은, 마치 이창동의 버닝을 볼 때의 느낌과 유사하다. 즉 창작자는 20대를 ‘이해’하겠노라고 혹은 이해했다고 선언한 다음, 정작 독자나 관객들에게 자신의 자아를 세계로 구축해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자신의 책임감과 윤리를 위한 것이라는 착각을 품는다. 그러나 비슷한 목적을 가졌던 수많은 시도들처럼, 이 소설 역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관찰을 온전히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더 나아감으로써 결과적으로 공허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1. 소설이 나온 2007년 시점에서는 아직 김영하가 체험했던 피씨통신이라는 공간이 사라진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때문에 2021년 지금 이 소설을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은 당시에 그가 이 소재를 선택했을 때 ‘동년배’에게 받아들여지는 감정과 다른, 일종의 단절된 체험이다. 그러나 나는 김영하가 20대 젊은이를 표현하기 위해 피씨통신의 형식을 빌려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에서, 어떤 아슬아슬한 안일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