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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2021:wk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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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2021 wk.37

2021-09-16

백예린의 선물 앨범. 한국의 (20대) 여성 보컬리스트 중에 백예린 정도로 딕션이 명확한 - 가사를 읽지 않아도 그 가사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 이가 많지 않다는 점은 이상하다. 아마도 내가 음악을 다양하게 듣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차트 상위의 가수들이 읊어대는 가사가 웅얼거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은 분명하다. 물론 백예린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최소한의 방어선 역할을 한다.

혹시 몰라 애플뮤직의 kpop 플레이스트를 들어보다가 드는 생각: 혹시 아이돌 음악의, 또렷한 딕션에 대한 반발 또는 역기획일까? 만일 그렇다면 그 웅얼거리는 딕션은 오히려 퇴화에 다름아니다. 혹은 레트로 어쩌고 하면서 과거를 선망하는 척 하지만, 결국 사운드의 껍데기만 가져오고 과거 가수들의 또렷한 딕션과 그에 걸맞는 가사는 배제하는 전형적인 키치적 접근일까? 잘 모르겠다.

하라다 히카의 낮술을 읽었다. (만화) 고독한 미식가가 어쩔수 없이 떠오르는 구성이지만, 후자가 남자의 하드보일드한 측면에 기대어 진행한다면 후자는 밤도우미(유흥의 의미가 아닌) 주인공이 일을 마치고 먹는 낮술의 순간과 그 회상을 다룬다. 밤과 낮의 역전, 그 의도된 시간과 공간은 결국 작가가 주인공의 과거사를 조금씩 공개하여, 독자가 이를 이해하는 시점에 주인공을 퇴장(혹은 탈출)시키기 위한 장치다. 세부 내용은 다소 진부하지만, 결국 주인공에 대한 작가의 인간적인 배려가 마음에 들었다.



journal/2021/wk37.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3/05/31 07:32 저자 12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