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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책은 프란시스 베이컨이 데이비드 실베스터와 평생에 걸쳐 가진, 구체적으로는 1962년에서 1986년에 걸쳐 이루어진 9편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베이컨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데이비드 실베스터는 그의 작품 이력과 그 자세한 분석을 기반으로 베이컨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며, 베이컨은 그에 관해 꽤나 꼼꼼하게 답변한다. 인터뷰간 간격이 다르며, 인터뷰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인터뷰의 질문 내용은 일부가 반복되어 다시 등장하며, 그에 대한 베이컨의 대답은 시간의 차를 두고 조금씩 변주된다. 그의 (다분히 보수적인 경향을 유지하며 천천히 변화하는) 작품과 예술에 관한 철학, 정치에 관한 견해, 동료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나 생각 등을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텍스트로서 가치가 있다.
번역본에 한해 아쉬운 점은, 이 책의 역자 혹은 출판사가 원문의 인터뷰 순서 - 그저 시계열로 오래된 인터뷰에서 최신 인터뷰 순으로 나열한 - 를 고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로 재배열했다는 것이다. 혹은 기존 편집 원칙의 직관적인 이해 - 먼저 이루어진 인터뷰를 앞에 배치 - 를 벗어던지고 새롭게 택한 원칙에 대한 어떤 설명과 명시도 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 결정은 다소 기만적이라 생각한다. 가능하면, 책의 배치를 무시하고 원문의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다행히 일러두기에는 올바른 순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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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viw/r2024012101.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4/11/12 11:55 저자 clock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