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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활명수
영화는 왕년의 양궁 금메달리스트였던 류승룡이 상사에서 아이 셋을 키우며 힘겹게 살다가 어느 남미 소국의 금광 계약을 따오는 대가로 양궁 메달을 안겨주는 계약에 참여하게 되고, 금광이 있는 전통 부족 마을의 원주민을 한국에 데려와 합숙 훈련을 진행해, 마침내 메달을 따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떻게 하면 못 만든 영화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완벽한 전범을 영화가 제공한다는 점이다. 한물간 유사-식민지적 서사 - 무식한 원주민이 제1세계(2024년의 대한민국은 충분히 제1세계의 일부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에 갑자기 떨어져 사람들의 비웃음과 함께 적응해 나가는 이야기 - 의 고약함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상상선을 넘나드는, 가장 기초도 지키지 못하는 프레이밍 역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이 참사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것임을 처음부터 천명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첫 씬은 류승룡이 아마존에 헬기를 타고 가다 추락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곧바로 이어지는 두번째 씬에서 류승룡은 회사에서 졸다가 깨어나 고경표에게 끌려가 아마존에 가라고 제안받는다. 우리는 모두 첫 씬이 허구라고 결론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은 틀렸다. 허구이기는 커녕 ‘헬기에서 추락한 류승룡‘은 영화의 핵심적인 소재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꿈인줄 알았던(혹은 정황상 꿈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첫 씬이 왜 현실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하지 않는다. 영화가 왜 이렇게 찍혔는지는 매우 명확하다. 그들은 관객을, 최소한 자신을 보러 올 목표 관객층 - 아마도 평범한 60대 이상 계층 - 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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