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YPE markdown>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평
영화는 70년대 마블 캐릭터 중 하나인 샹치를 2021년에 되살리고 있다. 아마도 이 기획이 이루어진 것은, 어벤저스 세계관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아시아계의 캐릭터를 가져와,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꾀하려 함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시도에서라면, 영화는 아시아계 이민자라는 ‘종족’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이라는 (미국 입장에서) 미지의 세계를 꽤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 관객의 입장일 것이다. 마블 영화가 거대한 키치 덩어리 그 자체임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음악은 바그너식 ‘epic’한 음악극 특성을 띄고 있으며, 캐릭터 설정은 해당 ‘종족’의 겉속성을 얕게 반영하고 있고, 그 스토리나 주제의식에 있어서도 별 영양가없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발제하고 있다. 여기서 방점은 ‘진지하게’이고, 이것이 키치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 결과 미국과 동유럽과 아프리카의 온갖 문화적/사회적 요소를 버무린 마블 영화는 그 대상과 아무 상관없는(혹은 아무 접점이 없는) 한국 또는 중국의 관객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재미를 부가시키는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키치의 대상이 중국, 혹은 중국 무협영화에 익숙한 한국이 된 마블영화라면 완전히 다른 입장에 서게 된다. 일종의 불쾌한 골짜기 현상마냥, 그들이 바라보고 흉내낸 동아시아의 모습은 어색함을 떠나 괴상하게 비쳐질 수밖에 없다. 후반부의,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디워를 연상시키는 최종 싸움 장면은 그 화룡정점이다. 오히려 샹치에 대한 설명이 더 나오지 않을, 이어지는 마블 영화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될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이 영화는 샹치란 인물이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살아있는 존재라고 관객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Backli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