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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dle
평
개인적인 감상. Meddle은 내가 최초로 들은 핑크 플로이드의 음반이다. 아마 중학교 때였을 것이다. 정확히 말해, 내가 처음 들었던 핑크 플로이드의 곡은 Echoes다. 사실상 이 곡이 Meddle의 거의 전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 잊지 못한다. 중간 부분의, 기타의 글리산도가 내려칠 때의, 그 비명같은 파트에서 느꼈던 등골이 오싹한 경험과 느낌. 사실상 내가 이후 좇아다녔던 음악적 취향의 결정은 이 시점에서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떤 음악적인 구조와 논리, 그리고 그 견고해 보이는 논리의, 순전한 이성적 차원에서의 붕괴. 그 파괴 과정에서의 앰비언스. 혹은 음악적인 질문: 앰비언스는, 음악에서 음향적 혹은 음악적 공간은 레이어의 겹쳐짐이 한계에 다다른 순간 무너지는 일련의 논리적 과정을 통해서만 도달 가능한 것인가?1)
Echoes는 결국 물과 바다를 소재로 하는 곡이다. 표지의 '물에 잠긴 귀'도 이를 암시하며, 가사의 '알바트로스'는 곡이 펼쳐진 공간 - 바다 - 을 대변한다. 곡은 몇 개의 부분 - 물방울 소리가 떨어지는 초반부와, 가사를 읊는 블루스 파트, '유사-바다의 풍경', 그리고 종교적 상승으로 끝나는 종반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곡을 듣다 보면, 이 23분짜리 음악적 여정에서 우리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곡은 바다 위에서 바다를 ‘따라가는’ 이야기다. 혹은 물과 공기가 이루는 계면에서 발생하는 어떤 작용(초반의 물방울 소리)이 곡이 탐구하려는 음향적 서사다. 핑크 플로이드는 수많은 항해의 이미지를 음반과 곡에 담아내려 애썼지만, 이 곡만큼 성공적으로 이를 달성한 결과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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