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IW

SEOUL_still under construction‍
rviw:r2024100501
pageinfo
status
Approved
rating
분류영화
기록일2024/10/05
별점★★★★☆

휴일

영화는 가난한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지 못하고 뱃속의 아이를 어떻게 할지 논의하며 방황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자는 여자와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결정하지 못하고 영화 속 세계를 떠돌 뿐이다. 영화는 서사를 따라가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고, 방황하는 남자와 그 ‘뒤치닥거리‘를 하는 주변인에게 시선을 들이댄다. 상영시간이 80분이 채 안되는 비교적 짧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소위 데드 타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기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정확히는 그러리라고 예측되는) 모습을 보인다. 남자가 여자를 추운 공원에 남겨놓고 돈을 빌리러 떠날 때, 그가 벗어준 옷이 바람에 날려 놔뒹굴고 그것을 여자가 다시 줍는 씬이 대표적인 예다. 영화는 이 씬을 포기하지 않고 롱 쇼트로 끝까지 보여준다. 이러한 전략은 등장인물들이 방황하고 있다는 심리상태의 표면적 정황을 더 명확히 나타낸다. 기이하게도 남자의 갈등이 해소된 뒤에도 - 그러니까 남자가 훔쳐온 돈으로 여자가 아이를 지우는 수술을 하다가 사망해 버리고, 훔친 돈의 주인이 남자를 찾아와 구타하다가 도망간 뒤에도 - 방황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이어질 끝없는 방황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제목대로, 영화 상 시간은 아직 휴일을 떠나지 않은 상태다. 마지막 남자의 독백은 그러므로 영원히 휴일 속에서 살겠다는 선언이 된다.


Backlinks


rviw/r2024100501.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5/01/13 15:03 저자 clock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