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우케츠가 인터넷에 투고했던 '두 장의 집 평면도' 괴담을 확장한 것이다. 단지 집 하나의 평면도만 주어진 상태에서 그 평면도의 위화감을 (주인공과 그 조력자의 '억측'만으로) 실체화해가는 과정을 다루었던 짧고 강렬하며 완성도있는 이야기를, 책은 집 두개를 더하고 어떤 가문의 오래된 연대기로 확장해서 하나의 장편으로 만들어냈다. 그 결과물은 상당히 실망스러운데, 원본이 이미 갖고 있던 '찝찝한 결말'을 해소시키면서 또 다른 귀결로 이끈다는 시도 자체가 다소 무리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뼈대 - 평면도로부터 모든 것을 이끌어내는 고전 추리소설적인 설정 - 만을 남긴 체 원본 괴담과 거의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상관없었을 것이다. 첫 번째 집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책은 길을 잃고 헤매이기 시작하며, 방황하는 플롯을 불러들이기 위해 있으나 없으나 그만인 설정들이 구멍을 떼우듯이 나붙기 시작한다. 혹은 가문의 전통을 강조하기 위함이라지만, 비슷한 트릭이 숨어있는 평면도가 두번이나 더, 그것도 충분한 여운없이 너무나 짧게 반복되는 구성은 피로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단편이 장편으로 도약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