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평민 출신의 쥘리앵이 신분 상승을 위해 귀족 사회로 침투해 성공 직전까지 도달하나 결국 몰락하게 되는 필연적인 서사를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필연적'이란 단어는 그의 전략이 이성적/계산적인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충동적인 부분에서 함께 작동하는 것이었음을 뜻한다. 혹은 능력과 상관없이 어떤 타고난 요소가 신분을 결정한다면, 반대로 그 '본질적인' 부분 - 가문과 유전자 - 을 공략하는 것만이 쥘리앵의 욕망을 실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책은 쥘리앵의 부도덕한 행적을 자세히 묘사한다. 그리고 그의 부도덕함이 그가 살아갔던 사회의 분위기상 필연적인 것이었음을 독자에게 설득시키려 한다. 즉 왕정복고가 이루어진, 그러나 혁명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젊고 야심있으며 써먹을 능력도 있는 쥘리앵이 다른 어떤 태도를 택할 수 있을지는 쉽사리 떠올려지지 않는다. 책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일을 각색한 것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오히려 쥘리앵이 성공할 뻔했던 이유는, 그다지 계획적이지 않고 즉흥적이며 끊임없이 갈등하는 그의 태도가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크게 어긋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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